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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암 투병 중에도 자연 임신에 성공하고 여러 합병증을 극복하며 고위험 출산을 마친 서승현 씨의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암 진단부터 임신까지, 험난했던 여정
서승현 씨(37)는 올해 7월 첫딸을 품에 안았습니다. 아기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여러 질병과 싸워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고 합니다. 서 씨는 이미 임신 전에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에 해당했고,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자궁내막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임신 후에는 고혈압, 비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자궁경관 무력증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추가로 발생하며 전형적인 고위험 산모가 되었습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임신 중독증까지 나타났는데, 임신 중독증은 고혈압이 주요 원인이 되어 심하면 태아의 성장 지연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합병증입니다. 하지만 서 씨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예정일보다 훨씬 이른 27주 만에 아기가 태어났지만, 다행히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라 며칠 전 무사히 퇴원했다고 합니다. 서 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님은 서 씨의 사례를 "여러 차례 어려움이 닥쳤지만 그때마다 모두 이겨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서 씨의 첫 번째 큰 시련은 2021년 11월에 찾아왔습니다. 평소와 달리 생리 기간이 길어지고 출혈량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마치 피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세가 2주 넘게 계속되자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고, 조직 검사 결과 의사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암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서를 써주었고, 서 씨는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예상대로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의 크기는 약 1.2cm였고 병기는 1기였습니다. 암 진단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서 씨는 펑펑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리고 치료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빨리 치료하면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정원 산부인과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은 서 씨는 암 진단 후 3일 만에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 가능성을 고려하여 자궁을 모두 들어내는 수술 대신 암 조직만 긁어내는 '자궁 소파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 씨도 출산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암 조직만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에는 항암 치료 대신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서 3개월마다 조직 검사를 통해 암 재발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보통 6개월 후 이상이 없으면 치료가 잘 되었다고 보고 임신을 시도할 수 있지만, 서 씨는 6개월이 지난 후 암이 다시 발견되어 똑같은 치료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암과의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자연 임신의 기적과 고위험 임신 합병증
자궁내막암과의 힘겨운 싸움 끝에 2022년 12월, 드디어 조직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고 의료진은 1차 치료를 종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치료를 1년 동안 진행해도 좋아지지 않으면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데, 서 씨는 다행히 1년의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자궁을 보존했기에 이제 비로소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 씨 부부는 간절히 아기를 원했지만, 치료가 끝난 후 당장 임신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생각하며 고민하던 중, 2024년 1월 기적처럼 자연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세상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서 씨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님의 진료를 받으며 고위험 임신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오수영 교수님에 따르면 서 씨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위험 산모에 해당했습니다. 35세 이상의 초산이었고, 자궁내막암 1차 치료를 마쳤지만 완치 판정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여 여전히 암 환자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암 진단 2년 전에는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은 병력도 있었습니다. 임신 후에는 몸 상태가 더욱 나빠졌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새로 생겼고,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체중도 늘고 혈당도 높아지면서 임신 중독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결국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임신 18주가 되던 올해 5월, 서 씨는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자궁경관 무력증 진단을 받았는데, 이는 자궁 입구가 약해져서 저절로 열리는 병으로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였습니다. 오 교수님은 열린 자궁 입구를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로도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되었습니다. 배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상태가 안 좋아져 거의 매달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힘든 임신 기간을 보냈습니다. 임신 25주가 지나면서 몸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정상 기준인 140mmHg를 훨씬 넘어 180mmHg까지 치솟았고, 임신 중 생긴 당뇨병(임신성 당뇨)으로 혈당이 230mg/dL까지 올랐습니다. 온몸이 심하게 부어올라 손가락으로 눌러도 자국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고, 일주일 만에 체중이 20kg이나 늘어나는 등 심각한 임신 중독증 증상을 보였습니다.
27주 만의 조산과 기적 같은 아기의 회복
네 번째 입원 중이던 서 씨는 입원 10일째 되던 날 배에 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오수영 교수님은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실제로 임신 27주가 된 새벽에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서 씨는 예정일보다 훨씬 이른 27주 만에 자연분만으로 딸을 출산했습니다. 혈압과 당뇨 등 여러 합병증이 있어 제왕절개를 했다면 산모의 회복이 매우 더뎠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 아기의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어 자연분만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태어난 아기의 체중은 800g으로, 보통 27주 아기의 평균 체중인 1kg에 비해 조금 작았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났기에 아기는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NICU)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습니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는 울음소리로 호흡이 잘 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하지만 미숙아는 폐 발달이 미숙하여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도 삽관이나 산소 치료 등 호흡을 돕는 처치가 필요합니다. 서 씨의 아기도 폐 기능이 70~80% 수준이었지만, 놀랍게도 태어난 지 단 하루 만에 다른 장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하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체중도 쑥쑥 늘어 어느덧 2kg에 가까워졌고,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병실에서 엄마의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우유와 모유 모두 잘 먹고 스스로 젖병을 빠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오 교수님은 조산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일, 서 씨의 딸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습니다. 서 씨는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 밝은 마음과 남편의 지지가 만든 해피 엔딩 딸을 출산한 서 씨는 요즘도 자궁내막암과 당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2~3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몸 상태는 임신 전에 비해 많이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심했던 부종은 거의 다 빠졌고, 체중도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돌아왔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힘든 투병과 출산 과정을 겪고 나서 매일 30분씩 걷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높아졌던 혈당과 혈압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수영 교수님과 서승현 씨 모두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이라며 밝게 웃었습니다. 오 교수님은 서 씨가 여러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밝은 성격"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상에서 많은 고위험 산모들을 만나보면,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덜 걱정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려는 환자일수록 결과가 더 좋을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는 산모뿐만 아니라 뱃속 태아에게도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서 씨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힘들 때 찡그리거나 속상해하고 있으면 몸이 더 아프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웃고 떠들며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모든 상황이 다 좋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오수영 교수님은 고위험 산모가 힘든 과정을 잘 견디는 데 있어서 '남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위험 산모들은 아기를 위해 모든 고통을 '모성애'로 견디려고 노력하는데, 이때 남편의 든든한 지지와 사랑이 산모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힘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암 투병, 고위험 임신, 조산 등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소중한 딸을 품에 안은 서승현 씨의 이야기는 질병과 싸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기적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