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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률이 높은 시대이지만, 혁신적인 항암제와 발전된 수술 기법 덕분에 암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로봇 수술 등 첨단 기술을 통해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말기암이나 전이암 환자들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암 수술의 진화, 생존율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 암과 마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암 진단은 곧 사망 선고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혁신적인 항암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방사선 치료 기술이 발전했으며, 무엇보다 암 덩어리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일부 암을 제외하면 초기에 발견했을 때의 생존율은 이제 사실상 100%에 가깝다고 합니다. 암 치료에서 수술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암을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에는 암 덩어리가 있는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내는 수술만으로도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암이 3기 말 혹은 4기까지 진행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과거에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암 치료 전략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진행되었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경우에도, 먼저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 덩어리의 크기를 줄이거나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한 후 수술을 통해 남은 암을 제거하여 완치율을 높이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암 수술 기법 자체도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발전해왔습니다. 과거에는 메스를 이용해 피부를 크게 절개하는 개복 수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넣어 수술하는 내시경 수술이 도입되면서 환자들의 회복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로봇 수술이 다양한 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은 의사의 손 움직임을 로봇팔이 그대로 따라 하면서 수술을 진행하는데, 사람의 손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정밀하고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게 하여 암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난도 암 수술도 성공, 말기암-전이암 치료
최근 암 수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방광암 수술은 특히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광암이 진행되어 근육층까지 침범했을 경우, 방광 전체와 주변 림프샘까지 넓게 절제해야 합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과 정낭, 요도 일부를, 여성의 경우 자궁, 난소, 질, 요도 일부까지 함께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술 시간만 8시간에서 10시간씩 걸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방광암이 점막을 넘어 근육까지 퍼진 2기나 3기에서도 수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님은 이러한 진행성 방광암의 경우 항암 치료를 먼저 진행하여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씀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6~7%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 교수님은 91세 고령 환자의 방광암 수술에 성공하는 등 고난도 수술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91세 할머니의 방광암 2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한 사례나, 3기 방광암 진단을 받은 30세 남성이 암을 제거하면서도 생식 기능을 보존하는 최고 난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건강을 되찾고 아이까지 얻게 된 사례는 암 수술 기술의 발전과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는 암 병기가 3기 말 이상으로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즉 4기 암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포기하고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항암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님은 재발성 및 전이성 대장암 치료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계십니다. 6년 전 직장암이 간과 폐까지 전이된 4기 환자가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김 교수님을 찾아와 직장암 수술을 먼저 성공적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간과 폐의 전이암 크기를 줄이기 위한 항암 치료를 받고, 다시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재발성 및 전이성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30% 내외인데, 김진 교수님은 이를 40%대까지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또한 대장암 환자들이 항문을 보존하여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찾아왔을 때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수술 전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본다고 하니, 환자들을 향한 의료진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첨단 로봇 수술, 암 치료의 새 지평
최근 암 수술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발전은 바로 로봇 수술의 활발한 도입입니다. 로봇 수술은 정교함과 최소 침습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암 치료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갑상선암 수술은 보통 목의 중앙 부분을 5cm 정도 절개하여 흉터가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입안으로 로봇팔을 넣어 갑상선을 절제하는 '경구 로봇 갑상선 수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1000건이 넘는 수술을 시행했다고 합니다. 이 수술법은 목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고, 로봇팔의 정교함 덕분에 다른 조직 손상 없이 갑상선만 정확하게 절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입안 상처도 회복되고 목소리 변화도 거의 없다고 하니, 미용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 모두 만족도를 높인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님은 로봇 수술의 장점으로 20~30배 확대된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좁은 부위도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고, 의사의 손 떨림까지 보정해준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절개로 수술을 마쳐 통증과 흉터 크기를 줄이고 환자들이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암 덩어리 제거뿐만 아니라 수술 중 후두 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어 반응을 체크하는 신경 모니터링을 통해 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암이 신경에 붙어있어 신경을 손상시키면 목소리 변화 가능성이 높지만, 신경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하게 암 덩어리만 제거하여 목소리를 지킬 수 있었던 사례도 들려주셨습니다. 흉부외과 분야는 갈비뼈 때문에 로봇팔 접근이 어렵고 움직임에 제약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 도입이 더딘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흉부 종양 수술에도 로봇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님이 대표적인 분입니다. 김 교수님은 2012년 국내 최초로 가슴에 단 하나의 구멍만 뚫고 폐암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 수술을 연구하여 201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폐암 로봇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흉선종 같은 흉부 종양 수술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흉선종은 가슴뼈 중앙을 크게 절개해야 하는 수술이라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더뎠는데, 김 교수님은 2020년 로봇을 이용해 단 하나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흉부 종양 절제술'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통상 3~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던 방식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입니다. 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봇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해외 학회지에도 보고되었습니다. 나아가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2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로봇 수술에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김현구 교수님의 뛰어난 수술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 올해 4월 고려대 구로병원에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설립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을 배우려는 의사들이 이곳에 와서 김 교수님께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의료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암 수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 덕분에 과거에는 절망적이라고 여겨졌던 말기암이나 전이암 환자들도 이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봇 수술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과 의료진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많은 암 환자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