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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만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위고비의 한국 출시와 더 강력한 효과의 젭바운드 등장 속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알아봅니다.
주사로 살을 빼는 원리와 위고비 등장
예전에도 비만 치료제들이 있었지만,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크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사용하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삭센다(Saxenda)라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삭센다는 우리 몸의 장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 성분을 이용하는데, 이 호르몬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임상 과정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극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삭센다는 매일 한 번씩 주사하면 1년 동안 체중을 6~8%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삭센다에 이어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미국 시장에 차세대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Wegovy)'를 출시했습니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같은 GLP-1 호르몬 기본 원리를 사용하지만, 성분이 업그레이드되어(세마글루타이드) 체중 감소 효과가 더 뛰어나고, 주사 주기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특히 유명인들이 위고비로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를 크게 올리며 전 세계 제약업계에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골드러시)을 불러일으킨 시장의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위고비는 68주 동안 매주 주사하면 체중을 평균 14.9% 감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보다는 효과가 덜하지만(수술 시 최대 30% 감량 가능),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배고픔을 참는 고통 없이 상당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위고비의 예기치 않았던 다른 긍정적인 효과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알코올이나 담배에 대한 욕구를 줄여 중독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을 20%가량 낮추고, 당뇨병 환자의 만성 신장병 치료에도 효과가 너무 좋아 임상시험이 조기 중단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단순한 비만 치료제를 넘어 다양한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위고비가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연히 부작용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 관련 증상입니다.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주사 초기 단계에 이러한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위장을 진정시키는 건강 기능성 식품이 잘 팔리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장 관련 부작용 중에는 더 심각한 경고도 있습니다.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제대로 넘어가지 못하는 위 무력증 위험이 3배 높아지고, 장 경련을 일으키는 장폐색 위험은 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체중은 줄지만 근육까지 함께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노인의 경우 근육 손실이 낙상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투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위고비 투약 환자에게서 희귀 눈 질환(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병) 발병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워낙 드문 질환이라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학적인 부작용 외에, 어쩌면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은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를 중단한 사람 중 3분의 1이 요요 현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약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비만 치료제 가격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한 달 치 가격이 1300~1500달러(약 174만~200만 원)로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노보노디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25만~47만 원,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본에서는 38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삭센다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그래서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고, 위고비 역시 한국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삭센다의 현재 한 달 치 가격은 약 30만 원 수준이라고 하니, 위고비가 어떤 가격으로 출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위고비의 강력한 경쟁자, 젭바운드 등장과 시장 경쟁
위고비의 독주를 막기 위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가 2023년 새로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미국에 내놓았습니다. 젭바운드는 위고비와 성분이 조금 다른 '이중 작용제'입니다. GLP-1 호르몬과 함께 또 다른 호르몬인 GIP를 결합하여 사용하는데, 두 가지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체중 감량 효과는 더 키웠다고 합니다.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하며, 72주 동안 사용하면 최대 20.9%까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판매 가격을 위고비보다 약 20% 낮은 한 달에 1060달러(약 142만 원)로 책정하며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매출 면에서는 아직 위고비(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포함)가 젭바운드(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포함)를 앞서고 있지만, 이는 제품의 인기 차이라기보다는 '생산 능력' 차이라고 합니다. 현재 두 약 모두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여 만드는 대로 다 팔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가 더 빨리 공장 설비를 늘려 약을 많이 생산해내느냐에 따라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모두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라이릴리가 더 빠르게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업 문화나 블록버스터 약 출시 경험에서 오는 차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시가총액 면에서도 두 회사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이고, 일라이릴리는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거대한 제약 기업입니다. 이 두 공룡 기업의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위고비의 한국 출시와 함께 젭바운드 역시 국내 도입이 기대되면서, 한국에서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