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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 예방접종 주간입니다. 백신과 적절한 균 관리만으로도 간암, 위암, 자궁경부암 등 특정 암들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관련 정보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미리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간암을 예방하는 B형 간염 백신 이야기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이며, 그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B형 간염 바이러스입니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70~80%가 B형 간염 때문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으며, 특히 산모로부터 태아에게 수직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세포가 손상되면서 염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욱이 영유아기에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90% 이상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만성 B형 간염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지고, 이는 최종적으로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성 B형 간염 진단을 받은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0년 안에 간경변증 발생률이 48%, 간암 발생률이 35%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B형 간염 백신은 총 3회에 걸쳐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접종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B형 간염 백신이 포함되어 있어,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마친 후에는 몸에 B형 간염 항체가 잘 생성되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꼭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체가 생겼다면 B형 간염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위암 위험을 낮추는 헬리코박터균 관리
위암 역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입니다. 이 균은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그리고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는 간단한 혈액 검사나 위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 치료를 통해 균을 제거하는 '제균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제균 치료는 위 점막의 염증을 줄이고 위궤양 등의 질환 악화를 막아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 △위 점막 림프종의 한 종류인 변연부 B세포 림프종 환자 △위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 △그리고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에서 제균 치료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헬리코박터균 검사 및 필요시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위 건강과 위암 예방을 위해 중요합니다.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암을 막는 HPV 백신
자궁경부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 즉 HPV 감염입니다. 과거에는 HPV 감염이 주로 자궁경부암만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남녀 모두에게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약 4만 7천 건의 새로운 HPV 관련 암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 암 발생의 약 5.2%가 고위험 HPV 감염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식도와 후두 부근에 발생하는 구인두암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남성에게서 HPV로 인한 구인두암 발생률이 여성에게서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구인두암 발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B형 간염 백신이나 헬리코박터균 관리처럼 간접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과 달리, HPV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예방하여 암 발생을 직접적으로 막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PV 백신 접종 시 관련 암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HPV 백신이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2세부터 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세부터 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국가에서 무료로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성의 HPV 백신 접종률은 여성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남성에게서도 HPV 관련 암 발병률이 늘고 있는 만큼, 남아에게도 예방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여성 청소년뿐만 아니라 남성 청소년에게도 국가 차원에서 HPV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여성 혼자서만 접종하는 것보다 남녀가 함께 백신을 접종했을 때 HPV 감염률을 더욱 효과적으로 낮추고, 결과적으로 HPV 관련 질환 발생률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월 마지막 주는 세계 예방접종 주간입니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감소했던 예방접종률을 다시 높이기 위해 '예방접종 따라잡기'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감염병 예방뿐만 아니라 암 예방까지 가능한 백신들이 있는 만큼, 나이와 상황에 맞는 필요한 예방접종을 잘 챙기시는 것이 우리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