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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수가 뇌졸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치료 시행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정 인력 확보의 중요성과 의료 인력 재편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신경외과 의사 수가 생명을 좌우
최근 연세대학교 김형숙 교수 연구팀이 전국 6만 명이 넘는 급성 뇌졸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병원에 신경외과 의사가 몇 명이나 있는지에 따라 환자들이 제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확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분들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연구 결과라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경외과 의사가 0명에서 2명밖에 없는 병원은 신경외과 의사가 5명 이상 있는 병원에 비해 생명을 살리는 중재 치료 시행률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경우 중재 치료 시행률이 60%나 낮았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도 49% 낮게 나타났습니다. 뇌졸중은 발병 후 몇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에 매우 중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하는데, 이때 신경외과 의사분들의 즉각적인 판단과 처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의사 수가 부족하면 골든 타임 안에 필요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8년과 2021년 하반기에 응급실에 입원한 6만 661명의 급성 뇌졸중 환자를 분석했습니다. 3차 병원 또는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급성 뇌졸중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기능에 손상이 오는 질환으로, 허혈성 뇌졸중, 출혈성 뇌졸중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질환들은 발병 초기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의 응급 대응 능력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병원에 최소 3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필요
연구팀은 병원 내 신경외과 의사 수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의사가 0명에서 2명인 그룹, 3명에서 4명인 그룹, 그리고 5명 이상인 그룹으로 나누어 신경외과 의사 수와 중재적 치료 시행률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중재적 치료에는 뇌졸중 수술, 혈전 용해제 투여, 중재적 방사선 시술 등이 포함됩니다. 전체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46.2%와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15.8%가 중재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경외과 의사 수가 적은 병원(0~2명)의 경우 의사 수가 많은 병원(5명 이상)에 비해 중재 치료를 받을 확률이 출혈성 환자에서는 60% 낮았고, 허혈성 환자에서는 49% 낮았습니다. 여기서 '오즈비(OR)'라는 통계적 수치가 사용되었는데, OR 0.40은 기준보다 치료 확률이 60% 낮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치료 유형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출혈성 환자의 경우, 수술 시행률이 의사 수가 많은 병원보다 58% 낮았고, 방사선 시술은 66%나 낮았습니다. 허혈성 환자에서는 혈전 용해제 투여가 41% 낮았고, 방사선 시술은 69% 낮았으며, 혈전 용해제와 방사선 시술을 동시에 받는 경우는 66%나 낮았습니다. 반대로 신경외과 의사가 3명 이상 확보된 병원에서는 전반적인 중재 치료 시행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병원마다 특성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응급 상황 대응 능력을 좌우하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허혈성 뇌졸중의 다양한 치료 유형에서 의사 수에 따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적어도 3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있어야만 안정적으로 중재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연구는 전국 단위의 실제 치료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경외과 의사 수와 뇌졸중 치료 접근성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환자 생존 위해 의료 인력 재편
이번 연구 결과는 급성 뇌졸중처럼 사망률이 높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고위험 질환일수록 병원에 충분한 의료 전문 인력이 확보되어 있는지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뇌졸중 환자의 의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질환의 특성상 생존하더라도 장기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경외과 전문 인력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라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전국 단위 데이터를 통해 의사 수와 치료 접근성 사이의 구조적인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입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신경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포함한 응급 및 중증 의료 분야의 핵심 인력 전체에 대한 국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제언했습니다. 물론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환자의 구체적인 임상적 중증도나 각 병원의 내부 진료 프로세스 차이 등 모든 요인을 통제하기는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수만 건의 실제 환자 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병원의 인력 수준과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가진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환자들이 사는 지역이나 가는 병원에 따라 생사를 가르는 치료를 받을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과 인력 확충 노력이 시급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