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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난소암은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됩니다. 난소암의 위험성과 조기 발견의 어려움, 그리고 예방과 치료 노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침묵의 질병, 난소암이란 무엇인가요?
난소는 여성의 자궁 양쪽에 위치한 중요한 생식 기관입니다. 매달 주기적으로 난자를 배출하는 배란 기능과 함께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월경, 임신, 폐경 등 여성의 일생 전반에 걸친 생리적 변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난소에 암이 생기면 단순히 생식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넘어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됩니다. 난소암은 난소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의 나팔관이나 복막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악성 종양입니다. 난소암이 무서운 이유는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환자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신체 변화나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다른 암들처럼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이 아직 마땅치 않아서 암을 일찍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난소암은 종종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난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이상 신호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분들이 난소암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산부인과 검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5월 8일은 난소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질환 극복을 위한 노력을 알리기 위해 2013년 제정된 '세계 난소암의 날'이었습니다. 이러한 날을 통해 난소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더 높아지기를 바랐습니다.
난소암, 왜 늦게 발견되고 누가 위험한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000명의 여성이 새롭게 난소암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난소암이 정확히 왜 발생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난소에서 매달 일어나는 '배란' 과정, 유전적인 요인, 과거 난소암이나 유방암, 대장암 등 다른 암을 앓았던 병력,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생 동안 배란 주기가 400회가 넘는 여성은 300회가 안 되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발생 위험이 3.8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초경이 일찍 시작되거나 폐경이 늦어지는 여성, 그리고 임신이나 출산, 모유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일수록 배란 횟수가 많아져 난소암 발병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40대 환자분들의 비중이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여성층에서도 난소암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나이에 상관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이 되었습니다. 난소암은 다른 여성 암에 비해 발생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일단 발병하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5% 수준으로, 유방암의 94%가 넘는 생존율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낮은 수치입니다. 이는 난소암이 얼마나 치료하기 어려운 암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난소는 골반강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주변 혈관 분포가 복잡하여 검사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양성 종양(암이 아닌 혹)과 악성 종양(암)을 구별하는 것도 어려워서 조기 진단에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질 출혈이나 골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복통처럼 위장 관계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환자분들이 이러한 증상들을 난소암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단순히 소화 불량 등으로 여기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암이 이미 복강 내로 퍼진 3기 이상 단계에서 진단받고 있습니다. 3기 이상에서 진단받을 경우 치료 후에도 재발할 확률이 최대 95%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와 예방, 희망을 이야기
난소에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자궁경부암처럼 조직 검사를 통해 바로 암을 확진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난소는 복강 내에 위치해 있어서 조직 채취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먼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한 뒤, 수술로 떼어낸 조직을 병리과에서 정밀하게 검사하여 암 여부를 확진하고 암의 진행 단계(병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즉, 난소암의 정확한 병기는 수술 후에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대부분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1차 치료로 받게 됩니다. 난소암은 항암제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쉽게도 재발이 잦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쉽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기존 표준 치료만으로는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신약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임상에 적용되면서 지난 20~30년간 여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9%나 증가한 것에 비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난소암은 같은 기간 생존율이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하니,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 난소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 환자 중 약 25%는 백금 기반 항암 치료 후 6개월 안에 암이 다시 재발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백금 기반 치료에 반응을 잘 보여 6개월 이후에 재발하는 '백금 민감성' 환자는 다시 백금 제제 항암제를 사용하거나,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표적 치료제를 유지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효과적인 신약이 거의 개발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 분야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암세포의 특정 표적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등장한 것입니다. 난소암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엽산 수용체 알파(FR α)'라는 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개발된 이 치료제는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7%나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상 현장에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허가가 기대되고 있다고 하니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난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진이나 초음파 검사 중에 우연히 난소에 혹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족 중에 난소암 병력이 있는 분들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난소암은 다른 성인 고형암에 비해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암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BRCA1,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BRCA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이 더 이상 출산 계획이 없는 경우, 난소암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추기 위해 예방적으로 난소와 나팔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생활 습관 관리도 난소암 예방에 중요합니다. 음주와 흡연은 피하고, 일주일에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꾸준히 운동하여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난소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장기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님(대한부인종양학회장)은 난소암이 다른 여성 암에 비해 발생률은 낮지만,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없어 진단이 늦고 대부분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한 편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교수님은 특히 난소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분들은 정기적인 검진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난소암은 어려운 질병이지만, 꾸준한 관심과 발전하는 의학 기술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